환율 1600원 갈까 1400원 갈까…'고환율 뉴노멀' 진짜일까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시장의 진단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은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연말이면 1,40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온다"고 봅니다. 같은 숫자를 보고 전망이 200원 가까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50원대까지 올랐다가, SK하이닉스의 미국 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가 겹치며 7월 8일 종가 1,498.5원으로 37거래일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습니다(경향신문·헤럴드경제 보도 기준). 이어 10일 주간 종가는 1,501.4원(이데일리)으로, 1,500원 안팎에서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국면입니다.
28년 만의 고환율이라는 출발점
지금 환율 논쟁의 배경엔 '이미 충분히 높다'는 사실이 깔려 있습니다. 1,500원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약 28년 만의 고환율 수준입니다. 며칠 1,500원 아래로 내려왔다고 해서 '환율이 낮아졌다'고 말하긴 어렵고, 높은 구간에서 잠시 숨을 고른 것에 가깝습니다.
환율이 이렇게 높게 유지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그리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해외투자·외화예금 형태로 밖에 머무는 경향이 겹쳐, 정작 국내 외환시장에 실제로 풀리는 달러는 넉넉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 불안이 더해지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다시 자극됩니다.
1,600원을 우려하는 쪽
상단을 더 열어둬야 한다는 시각은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둡니다. 반년 넘게 외환당국이 상당한 규모의 방어에 나섰음에도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고, 전 고점(1,560원선)을 뚫으면 심리적으로 1,600원까지 상단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7월 초 잇따라 나왔습니다(글로벌이코노믹 등).
이들이 주목하는 건 '레벨'보다 '지속성'입니다. 기업들이 과거의 낮은 환율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기보다 새로운 고환율 구간을 전제로 사업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뉴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1,400원대로 내려온다는 반론
반대편은 최근 며칠의 하락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봅니다. SK하이닉스 ADR은 공모가 149달러 대비 약 13% 오른 168달러대에 데뷔했는데, 이렇게 미국에서 조달한 대규모 달러가 원화로 환전되면 환율을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코스피가 크게 밀린 뒤 외국인의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다시 사들일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연말엔 1,4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입니다(파이낸셜뉴스·뉴시스 7월 초 보도). 다만 같은 진영에서도 "1,500원 아래로 확실히 안착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이 함께 나옵니다(경향신문).
정리하면
결국 두 시각의 차이는 '달러 유입(ADR·외국인 매수)'과 '달러 이탈·수요(금리차·해외투자·지정학)' 중 어느 힘이 더 오래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어느 쪽도 아직 확정된 승부가 아니며, 당분간은 1,500원을 중심으로 위아래를 오가는 변동성 장세를 염두에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환율에 민감한 해외직구·환전·달러 예금을 앞두고 있다면, 단정적 전망 하나에 기대기보다 나눠서 대응하는 편이 리스크를 줄입니다. 달러 투자 입문서 한 권으로 환헤지 개념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떤 전망이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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