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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사퇴…781일 만의 두 번째 작별, 무엇이 그를 떠나게 했나

모아봄·2026.06.29 04:26·약 10시간 전
홍명보 감독 사퇴…781일 만의 두 번째 작별, 무엇이 그를 떠나게 했나
사진: Kampus Production / Pexels

2002년 여름, 붉은 유니폼을 입고 주장 완장을 찬 채 4강 신화의 한복판에 서 있던 사람이 있습니다. 24년이 지난 2026년 6월 29일, 같은 사람이 멕시코의 한 베이스캠프 회견장에서 입장문 한 장을 읽고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두 번째 국가대표팀 작별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회견장을 떠난 그날, 질문은 받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대표팀 베이스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2024년 7월 8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선임된 지 781일 만입니다.

그는 입장문에서 "축구를 사랑하고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는 문장이 회견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변명 대신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는 입장문을 다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떠났습니다.

원래 계약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였습니다. 임기가 절반 넘게 남았지만,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한 성적 앞에서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은 셈입니다.

1승 2패, 그리고 '셋째 줄'에서 밀려난 숫자들

이번 사퇴를 이해하려면 성적표를 먼저 봐야 합니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남겼습니다.

경기상대결과
1차전체코2-1 승
2차전멕시코0-1 패
3차전남아프리카공화국0-1 패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팀들 가운데 상위 8팀까지 32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올랐지만, 같은 3위 팀들끼리 비교한 순위에서 10위로 밀려나 토너먼트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1골 차로 내준, 단 두 골 차이의 탈락이었습니다.

감독·선수·협회, 책임은 한쪽 어깨에만 있지 않다

언론은 이번 실패를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감독의 오판, 선수의 오만, 협회의 오산'이라는 세 갈래로 책임을 짚었는데, 이 정리가 사태의 구조를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 감독의 오판 — 스리백(3백) 전술을 플랜A로 고집했습니다. 수비 안정에 무게를 두다 보니 공격 전개가 막혔고, 상대 뒷공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선수의 오만 — 손흥민·이강인 등 해외파 핵심들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교체될 때 불만 섞인 제스처, 끈끈하지 못한 호흡 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 협회의 오산 — 선임 과정의 절차적 흠결 논란에도 홍 감독을 재임용한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그리고 정몽규 회장 체제의 관리 부실이 함께 지목됩니다.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 결과가 벤치 한 자리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감독 한 명의 사퇴로 모든 문제가 닫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4와 2026, 데자뷔처럼 겹친 장면

홍 감독에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그는 1무 2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선수로서 2002년 4강의 정점을 찍은 인물이, 지도자로서는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같은 벽에 부딪힌 셈입니다. '두 번째 불명예 사퇴'라는 무거운 표현이 따라붙는 배경입니다.

이 대목이 단순한 성적 부진을 넘어 한국 축구의 구조적 질문으로 번지는 이유입니다. 같은 실패가 12년 간격으로 반복됐다면, 그것은 한 감독의 역량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음은? 시선은 협회와 조사위로

후임 감독에 대해서는 사퇴 회견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공식화된 내용이 없습니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박항서 월드컵 지원단장도 별도의 사과 입장문을 냈습니다.
  •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이번 사안은 감독 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협회 의사결정과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다음 사령탑에 앉느냐만큼이나, 같은 실패를 막을 시스템이 마련되느냐가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떠도는 후임 감독 명단이나 협회 인사 시나리오는 대부분 추측입니다. 확정된 사실인지부터 가려서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새 소식을 접하면 대한축구협회와 문체부의 공식 발표로 한 번 더 대조해 확인하세요.

출처: 경향신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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