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세대의 무게: 서울 중장년 48%가 '이중돌봄'

위로는 나이 든 부모를 살피고, 아래로는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챙긴다. 정작 자기 삶은 두 겹 사이에 눌려 얇아진다.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의 현실이 서울시 조사에서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계봉오 국민대 교수가 서울에 사는 만 40~64세 2,058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2026년 9월 15일 발표), 응답자의 **88.1%**가 부모 또는 자녀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이중돌봄'은 48.4%. 서울 중장년 둘 중 한 명꼴입니다.
가장 눌리는 건 50대 초반
이중돌봄 비율은 연령대에 따라 갈렸습니다. 특히 **5054세는 62.1%**가 부모와 자녀를 함께 돌본다고 답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이 나이대는 부모가 7080대로 접어들어 돌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자, 자녀는 대학·취업 준비로 여전히 손이 가는 시기가 겹칩니다.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돌봄 부담이 정점을 찍는 셈입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서울 중장년에게 돌봄은 '일부의 사정'이 아니라 다수의 일상이라는 것. 그런데도 이들의 삶의 질은 그 부담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다른 곳에서 더 크게 갈렸습니다.
삶의 질을 가른 건 '취업'이 아니었다
조사팀은 응답자의 삶의 질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측정했습니다. 평균은 3.18점. 흥미로운 건 이 점수를 벌린 '진짜 변수'가 무엇이었느냐입니다.
흔히 중장년 삶의 질은 '일자리가 있느냐'로 결정된다고 여기지만, 이번 조사에서 취업 여부에 따른 만족도 차이는 0.06점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대신 격차를 만든 건 세 가지였습니다.
- 주거 점유형태: 최대 0.69점 차이. 자가 거주자는 3.31점, 보증금 없는 월세 거주자는 2.62점.
- 소득 수준: 0.65점 차이.
- 혼인 상태: 0.57점 차이. 기혼자 3.33점, 미혼자 2.76점.
정리하면, 서울 중장년의 삶의 만족을 좌우한 건 '직업을 가졌는가'보다 **'어디서 사는가, 얼마를 버는가, 곁에 사람이 있는가'**였습니다. 돌봄이라는 부담을 견디는 힘이 결국 주거 안정과 소득, 관계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월 소득 661만 원인데 만족은 20%대
소득 수치도 눈에 띕니다. 응답자의 월평균 소득은 661만 7,000원으로 적지 않았지만, 소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9%**에 머물렀습니다. 소득 상위 구간에서도 만족도는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버는 돈의 절대액보다, 그 돈이 부모 병원비와 자녀 교육비로 양쪽에서 빠져나가는 '이중 지출' 구조 자체가 체감 만족을 끌어내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조사를 읽는 법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있습니다. 이 수치는 서울 거주 40~64세 2,0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며, 전국 평균이나 다른 지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거비가 높은 서울의 특성이 '주거 점유형태 격차 0.69점'이라는 결과를 더 도드라지게 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자녀를 동시에 떠안은 중장년의 부담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의 문제라는 신호로 읽기엔 충분합니다.
당장 바꾸기 어려운 소득·주거 대신, 지금 손댈 수 있는 것부터 점검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부모님 댁 욕실에 미끄럼방지 욕실매트 한 장을 깔고 손잡이를 다는 것만으로 낙상 사고 하나를 줄이면, 돌봄의 물리적·심리적 부담이 눈에 띄게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본인이 이중돌봄 구간에 있다면, 지자체의 가족돌봄휴가·장기요양등급·돌봄 바우처 같은 공적 지원 제도부터 확인해두세요. 혼자 다 짊어질 일이 아닙니다.
AD오늘의 추천 상품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모아봄 새 글, 메일로 받기
생활·경제 꿀팁과 화제글을 이메일로. 언제든 구독 해지할 수 있어요.



